[𝐒𝐨𝐥𝐨 𝐄𝐱𝐡𝐢𝐛𝐢𝐭𝐢𝐨𝐧] 국립농업박물관 X 나난 /《만개(滿開)의 시간》

National Agricultural Museum of Korea x Nanan Kang Collaborative Exhibition

저는 꽃과 자연이 인간의 삶 속에 침투 또는 공존하며, 현대인의 삶이라는 경직된 벽을 허물고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장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더불어 전통적인 감상 방식에서 나아가, 관객이 작품에 직접 참여하면서 예술 경험이 극대화되고 작업의 의미가 확장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창문에 그린 윈도우 페인팅, 그림으로 그린 꽃다발(롱롱타임플라워)이 다양한 삶의 행위와 공간으로 확장되는 현상이 그러합니다.

작업을 하면 할수록 제가 가진 고유의 정체성에 대해 탐구하고 작업에 녹이게 되는데, 민화의 화조도는 위와 같은 생각을 가진 저에게 멋진 배움과 영감이 되고 있습니다. 엄격한 사회적 배경 속에 살았을 선조들이 관습과 형식의 틀을 깨고 자신만의 심상을 자유롭게 표현했다는 점, 더 나아가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공존하는 것이라는 삶의 태도까지 엿볼 수 있는 점은, 민화 속 꽃과 새에 부여된 의미가 부귀영화와 꿈이라는 해석 그 이상의 더 큰 예술적 가치로 다가옵니다.

국립농업박물관에서 소장한 ‘화조도폭병풍’를 저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면서 병풍의 의미 또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병풍은 바람을 막기도 하고 무언가를 은폐하기도 하며, 가림막의 용도로도 사용됩니다. 또한 ‘병풍처럼 서 있다.’라는 은유적인 표현으로 쓰일 때는 유난히 존재감이 없는 대상을 지칭하기도 합니다.

제가 재해석한 ‘층층폭폭(層層幅幅)’은 배경이 뚫린 병풍입니다. 완벽하게 차단되어 중요한 것을 지나쳐 버리게 하는 막힌 벽이 되기보다, 오히려 발견하고 바라보게 해주는 뷰파인더(viewfinder)로서의 프레임이 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화조도 너머로 국립농업박물관의 정원이 중첩되어 보인다는 것은, 자연과 공존하는 인간의 삶과 나를 둘러싼 환경이 폭 이상의 다채로운 폭과 층으로 변화하고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추가적으로 관람객들이 참여하는 화조도 병풍에서는 자신만의 고유한 색을 자유롭게 구현하여 각자가 원하는 방향과 위치의 나무 위에 꽃 피우는 생생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 경험을 통해 여러분들의 삶에 위로와 소망과 희망이 활짝 만개할 수 있기를 바라고, 함께 만들어가는 화조도 병풍 또한, 어떤 모습으로 탄생할지 기대해 봅니다.

위치, 오픈일 : 국립농업박물관 전시동 중앙홀 (수원 권선구 수인로 154) / 13.AUG - 1.DEC.2024